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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제주 먹어보기

[서귀포/대정] 모슬포 짬뽕 맛집 : 홍성방 빨간 짬뽕

by 해찰스 2021. 5. 21.

이른 장마같이 빗줄기가 거센 오후.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보고 있으니 얼큰한 짬뽕이 생각났다.

설렁설렁 인근의 짬뽕집을 검색하니 홍성방이라는 곳이 지역 주민들이 추천하는 맛집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육지에서 추천 받아 다녀온 사람들은 맛집이 맞냐며 의아해 하는 평이었다.

홍성방 맛집일까? 아닐까?

모슬포쪽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데 주차 공간은 다소 협소했다. 대로변에 주차했는다

가게는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이었는데 접대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는 않았다.

단지 직원이 지쳐있는 느낌(?)이 들었다. 브레이크 타임을 지나서 방문했는데 말이다.

 

물과 함께 밑반찬을 가져왔다.

짜사이는 안짜사이다. 

심심하게 입에 잘들어가는 맛이라, 짬뽕이 나오기 전에 다 먹어버렸다.

양파의 향도 은은하니 입안에서 안짜사이와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무김치는 폭삭익어서 아삭이 아니라, 물컹에 가까웠다. 그런데 묘하게 맛있다. 

제법 짬뽕에 대한 기대가 부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짬뽕이 나왔다.

우선 비주얼을 보고 70점. 

첫 눈에 왜 도민들과 육지인들의 평이 갈렸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게'의 문제다.  

제주도에서는 황게는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황게가 맛있네 라고 느꼈던 젓은 오현불백에서 나오는 양념게장 밖에 없었다. 제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숱하게 황게와 만났는데 황게가 국물 위에 있으면 실패한다. 그나마 양념 게장이니까 먹을만 했을 뿐이다. (황게는 방게나 깨다시꽃게로 불린다.)

그렇다고 맛이없는 집이 아니다. 제주도민들이 맛있다고 하는 이유는 황게 들어간 기준에서 충분히 맛있고 깔끔한 것이다.

하지만 육지에서는 황게는 물론 털게나 대게도 짬뽕에 넣어먹지 않는다. 짬뽕에 들어가는 게는? 그렇다 꽃게다. 

갸가 갸가 갸냐? 가 아니라 게가 게가 게가 아니다. 

황게에서는 꽃게처럼 풍성한 국물이 나오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면 육지사람들이 숱하게 먹은 꽃게의 달고 은은하고 다양한 풍미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큰 게가 들어갔으니 맛있겠지 생각하고 국물을 먹는데, 어라? 해물맛은 나는데 꽃게맛이 없어... 이럴 거다. 황게니까.

둘 다 쪄먹어보면 단적으로 차이가 난다

꽃게는 내장에서 고소한 맛과 깊은 풍미가 나는데, 황게는 쓴맛이 난다.

황게는 껍질도 얇아서 국물이 안나온다. 꽃게는 껍질만 넣어도 향이 난다.

황게가 맛있다는 사람도 꽃게 맛을 보면 그런 말은 못하지... 털게를 비롯해 톱장절게, 금게, 점박이 꽃게, 대게, 홍게 온갖 게를 먹어봤지만... 꽃게가 최고다.

 

만약 저기 위에 동일한 사이즈의 꽃게가 들어갔다면 냉동이라고 해도 2만원도 넘는 짬뽕이된다. 그래서 그저 비주얼만 본 사람들은 어디 가서 이런 짬뽕 1만원대에 못 먹는다고 하는데, 그건 꽃게가 들어갔을 때 말이고... 황게가 들어갔으니 어디가서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저 짬뽕에 꽃게가 들어갔다면, 진짜 전국구 맛집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제주도민 기준에서는 맛집이 맞다. 하지만 시원하고 달근한 꽃게 국물을 기대한 육지인들에게는 의아한 맛이다. 황게를 갈라서 살만 쏙 먹어보면 신기하다. 아무 맛도 안난다. 꽃게처럼 달달한 맛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국물에서 게가 하는 일은 비주얼이다. 

보컬인줄 알았는데 비주얼 담당인 아이돌을 볼 때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황게는 비주얼이지, 보컬이 아니다. 그나마 홍합이 국물맛을 받쳐주고 있다. 홍성방에서는 차라리 톱밥 꽃게 두절 꽃게라도 넣어서 국물을 끓이고 그릇에 담을 때 뻬는 게 훨씬 좋을 거다... 육지사람들이 비판하는 이유는 정말 그것 밖에 없다. 

안짜사이는 정말 맛있고, 물컹하고 새콤한 무김치는 식욕을 당긴다. 근데 막상 기대했던 짬뽕은 기대이하다. 

지하철에서 델리만쥬 냄새에 이끌려 샀는데, 입안에 들어갔을 때의 실망감. 여지없이 그 느낌이다.

 

그래도 사진 찍으면 잘나온다.

짬뽕이 수혈이 급하다면, 가보는 것도...